※주의: 잘 다듬어지지 않은 글임.
졸업하고 난 뒤 세웠던 논문 투고 계획이 있다. 물론 잘 안 되었다. 이제 졸업한지 1년이 되었는데 논문 실적이 없는거지.
물론 이에 대한 핑계는 댈 수 있다. 이를테면 "졸업 다음 학기 강의가 너무 많았다", "논문 쓰고 나니 너무 힘이 빠져 아무것도 못하겠더라", "강사법 때문에 강사 공채 지원한다고 방학 내내 신경 곤두세웠다", 등등. 하지만 알지 않나? 사실 내가 게으르고 능력이 모자라서 논문 실적을 올리지 못했다는 것을.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에 입으로, 아니 입과 손가락으로 사회정의를 외치고 남들에게 높은 도덕 기준을 요구하던 시발놈 딸내미가 2주 인턴하고 논문 제1저자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존나 천재인가 보다.
"하이브레인넷"이라는 사이트가 있다. 여기의 논문 관련 게시판을 보면 자주 올라오는 질문이 "저는 이러저러한 기여를 했고 누구는 이러저러한 기여를 했는데 주저자(1저자)가 누가 되어야 하나요?", "이 친구 기여가 이정도인데 공동저자로 해 주는게 맞나요?" 이런 것들이다. 이런 질문을 올리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자신이 주저자냐 아니냐에 따라 논문 실적 인정 비율이 다르기 때문이리라. 대학의 전입교원 모집 요강을 살펴보면 1저자만 인정해주는 곳도 많고 2순위 이하는 실적 점수를 깎는 경우도 많다. 이런 실적 점수가 모자라서 교수가 못 되면 얼마나 원통하겠나? 그 놈의 논문 때문에 다른 연구자와 드잡이질도하고 교수 눈치 보면서 설설 기기도 하는 모양이다. 여하간 매일 연구실 노예처럼 연구해도 2주만에 뚝딱 논문 만들어내서 1저자로 이름 올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논문이 더 잘 생산되는 분야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분야도 있지만 아무리 잘 생산되는 분야라고 해도 실험도 하고 통계 분석도 해야하는 논문이 2주 만에 나온다고? 그런 논문을 고등학생이 만들어내고? 개가 웃을 일이다. 저 북쪽놈들 표현 빌리면 삶은 소머리도 웃겠다. 해당 연구를 수행한 다른 젊은 연구원(아마 대학원생)도 있을 것 같은데 그는 충분히 기특하지 못해 이름을 올리지 못했나보다.
암튼 우울하다. 올해 이제 4개월 밖에 안 남았는데 이번에는 어떻게 논문 생산해야겠다. 시발.
※ 그러고보니 이건 한국 학계에 대한 신뢰도에도 영향을 주는 사건이라 할 수 있겠다. 이처럼 심각한 연구윤리 위반을 당당하게 저지를 수 있는 풍토가 있다는 것 아닌가?